웹진 「교육연구와 실천」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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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설학교의 지향과 부설학교진흥원의 설립에 부쳐

 

조영달

(서울대학교 부설학교진흥원장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과 교수)

  

  

  부설학교는 교과교육(교실수업 연구)을 전공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반 교육학자들 에게도 늘 학교 공교육의 실천과 관련하여서는 “생각의 공간이자 희망의 장(場)”이이다. 사범대학의 졸업자들은 부설학교에서 교육실습을 마치게 되면, 이 곳을 연구의 통로로 삼기도 한다. 그럼에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학교는 서울대학교, 교육청, 교육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부설학교 정체성(正體性)의 확립과 안정화(安定化)”는 늘 부설학교의 중요 관심사이기도 하다.

  다음은 이러한 관점에서 부설학교의 지향을 부설학교 진흥원의 설립과 더불어 논의하고자 한다. 이는 서울대학교 부설학교진흥원의 관점에서 본 부설학교의 지향이란 측면을 강하게 함유하고 있기도 하다.

  오늘의 지능정보사회를 일컬어 혹자는 “변화만이 유일한 상수(常數)”라 말하기도 한다. 이는 늘 낯선 상황을 마주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해야 하며, 이에 따라 항상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사실 온라인 개학과 수업이 이루어진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배운 것을 매뉴얼화하고 시간을 두고 이를 적용하는 근대적 학습은 오늘날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낯선 상황에서 스스로 깨치고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 역시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사회화 과정을 겪고 있다. 가족 형태의 변화, 온라인 공간과 다양한 매체를 바탕으로 기성세대보다 더 자유로이 활동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학생들이 디지털 원주민이고 교사는 이주민이라고까지 표현한다. 개인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중시되는 지금, 그 옛날의 표준과 학교 체제는 지금의 학생들에게 어울리지 않은 점이 너무나 많음도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지금의 학교”를 교육 본래의 가치를 생각하면서 새롭게 해석하고 학생과 새로운 관계 맺음을 해야 할 때를 맞이한 것다. 이 시대에 공교육을 통하여 우리가 조금이라도 미래의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꿈꾼다면, 각종 과거의 교육형태에서 한 발 앞서 나가야 한다. 즉, 우리에게는 미래를 이끌 새로운 활주로가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활주로는 교육이 지닌 가치지향과 맞물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학교 교육과 교육 연구는 아이들의 다양한 성장을 위해 선(善)한 목적과 그 실천(實踐)에 접목되지 않으면 의미를 상실한다고 믿고 있다. 교육에는 어떤 일을 잘해서 보상받을 수 있게 하는 도구의 측면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스스로 성찰하고 이성의 잠재력을 키우며 더 나은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즐거움이 내재”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내재적 측면은 아이들의 다양한 성장을 도울 것이며,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로서도 참으로 중요한 교육의 가치일 것이다.

  

  이처럼 전환의 시대에 세상을 이해하고 교육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고통의 시대에 희망의 교육”이 될 것이다.

  

  부설학교진흥원이 설립된 지난 2월 17일 이후 두 달 남짓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인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은숙 부설고등학교 교장님을 부원장님으로, 두 분 김태훈 선생님과 이성원, 신은재 선생님을 연구교사로 모셨으며, 신승호 행정실장님도 삼고초려하여 모셨다. 그리고 이 후 여러 차례의 교장단 및 연구 교사들의 모임을 거쳐 전환의 시대에 부설학교를 포함한 부설학교진흥원은 그 설립목적과 교육의 가치 실현을 위해 다음과 같은 일을 추진하려 의견을 모았다.

  

(1) 우선, 부설학교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서울대학교 내의 조직으로서 행정 체제를 구축하고 안정화시키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하였다. 급여(연금, 보험 등 포함)와 인사 및 행정정보 시스템을 개선하고, 각종 규정을 교육기본법을 준수하면서도 서울대학교 소속 기관의 성격에 맞게 정비하며 교원의 채용, 휴직, 보상 등의 지침을 마련하는 일도 그 하나일 것이다. 또한 통일성과 일관성을 갖춘 행정 기준을 마련하고 예산과 재산관리를 일원화하여 업무의 효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설학교의 교육 비전에 따른 기획과 예산 집행이 이루어지고 그 재원을 확충하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물론 행정업무의 이관에 따른 관련 기관별 의견 불일치로 행·재정 집행이 지연되거나 조정이 필요하기도 해서 선생님들께 불편을 끼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짧은 기간이나마 실제로 단위학교 자체 직원의 복무 규칙을 안내하고, 교원의 급여, 호봉승급, 초과근무 등에 대한 업무 효율화 논의를 본부 관련 기관과 같이 시작하였다. 또한 서울대학교의 교원 소송 지원에 부설학교 교원을 포함시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2) 또한 부설학교의 교육역량을 강화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는 선생님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믿고 있다. 선생님들의 다양한 진로설계를 가능케 하며 효능을 보장하는 체계적 인사제도를 구축하는 일, 역량 강화를 위한 대학원 참여 지원과 연수제도의 정비 및 학습연구년제를 마련하는 일, 그리고 복지와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학교의 발전 기금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일들이 이에 속할 것이다.

  더하여 선생님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교원연구학습공동체를 구축하고 지원하며 선생님들을 연구원으로 모시고 지능정보사회를 선도하는 AI기반 현장교육연구센터를 만들어 학생 지도에 도움을 주는 학습 매개물을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교육역량 신장을 위한 제도 구축은 사범대학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기반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3) 이렇게 부설학교의 높아진 교육역량이 우리 공교육 성장에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램이다. 부설학교에서 만들어진 학생의 학습역량을 높일 수 있는 지원체제와 수업 모형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면 이 역시 우리의 보람일 것이다. 이를 통하여 부설학교는 명실상부하게 한국 공교육 성장의 허브(Hub)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은 사실 서울대학교 대부분의 교육 및 연구 기관이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일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와도 협력하여야 하지만 전국의 부설학교 네트워크를 더욱 활성화하고, 교육 프로그램과 학습지원 체제 및 수업 모형을 공유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은 지능정보사회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협력과 공유의 교육문화 형성, 출판과 홍보, 열린 논의 공간, sns 활용 등 여러 실질적인 장치를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이 빛을 발하면서, 부설학교는 서울대학교 내의 당당한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나아가 서울대학교의 긍지를 높이는 존경받는 일원이 될 것이다.

  

  우리의 비전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떤 일은 우리 자체의 깊이 있는 노력과 용기 있는 희생이 필요할 것이며, 어떤 부분은 사범대학과 상생적으로 협력하여야 할 것이다. 때로는 대학 본부나 교육부의 지원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 모두는 여러 선생님들과 진흥원의 리더십이 같이 해나가야 할 일들이다. 이 점에서 진흥원의 리더십을 포함한 부설학교 구성원 모두의 협력과 서로에 대한 격려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 서로의 동반자가 되어 함께 걸어가야 할 것이다. 때로는 피곤하고 힘든 여정이 될 것이지만, 이 일들은 우리의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하여 우리가 해야 할 보람된 일일 것이다. “고통의 시대에 교육으로 희망을” 여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