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교육연구와 실천」제4호 |
함께 가는 사범대학과 부설학교
윤미경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중학교 교감)
올해 3월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 사태가 벌어지고 4월 온라인개학으로 1학기를 시작한 이후 코로나와 함께 하는 학교생활이 계속 되었다. 참 불안하고 숨 가쁜 나날이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학사운영과 복무 지침에 따라 학사일정은 여러 번 바뀌었고 계획했던 교육활동을 취소하거나 수정하기를 반복하였다. 교사와 별 상관이 없었던 재택근무, 유연근무라는 용어도 일상화되었다. 아무 준비도 없이 맨땅에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플랫폼으로 온라인 수업을 운영해야할지 부터 교사들끼리 해결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모든 것을 교사의 집단지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여건에서 시스템을 만들어가며 학교를 운영한 것을 되짚어보니, 한국의 교사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확인하게 되었다. 어린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 성실함, 창의적인 발상, 연대정신으로 혼돈과 불안에서 오는 피로감을 극복하며 지냈던 것 같다.
이러한 교사들을 양성하는 사범대학과 부설학교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하고 그 무게가 큰지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꽤 오랜 세월 부설학교에 근무하며 사실상 사범대학의 존재를 체감하며 지낸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일단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존재에 대해 잊고 살았다. 1년에 한번, 5월에 100명 내외의 대학생들이 몰려오는 시기가 될 때, 교육실습학교로서의 부설학교 미션 수행을 위해 정신없이 한 달을 보내는 것이 사범대학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전부일 정도였다. 4주 동안 교육실습생들을 지도하고 대표수업을 할 때 대학에서 교수님들이 참관하러 오시고 하는 연례행사를 치를 때 사범대학부설학교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였다. 대학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5월에만 생각나던 부설학교...
교육실습은 실습생에게는 물로 교사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다. 교학상장이 실현되며 배움과 가르침이 더욱 무르익고 단단해지는 충만한 경험을 하게 되어 새로운 시도와 연구를 하는 교사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된다. 부설학교 교사들을 항상 깨어있게 하는 장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실습지도를 하면서 자신이 대학생이던 때의 교육실습의 추억을 소환하는 낭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80년대에 교육실습을 했던 나는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에서 1주일, 고등학교에서 4주간의 교육실습을 하였다. 초등학교 4학년을 담당하여 전공과 상관없는 음악 과목을 맡아 오르간을 치면서 음악 수업을 했다. 꼬맹이들과 1주일 내내 같이 도시락을 먹었던 기억과 선생님의 반찬을 유심히 보며 왜 같은 반찬을 매일 싸오냐는 순진한 질문을 했던 아이도 생각나서 미소가 지어졌다. 그 때 복학생 선배들은 초등학교 1학년을 맡았는데, 선생님 호칭도 듣지 못했다고 했었다. 꼬맹이들이 ‘아저씨’라고 불렀다고 했었다.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유래 없는 온라인 교육실습이 이루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학생들과의 대면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2주간의 현장실습에다가 사전 사후 간접실습을 1주일씩 하였다. 평생 처음으로 하는 수업을 마스크 쓰고 모니터의 네모 상자 속 아이들 얼굴을 대하며 수업하는 참으로 아쉽고 안타까운 2020년 코로나 세대의 교육실습이었다. 하지만 제한적인 상황 가운데서도 최선의 해결방안을 찾고 그 안에서 이루어진 새로운 수업과 생활지도의 현장을 경험했다는 것도 나름 소중한 시간이었으리라.
사범대학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또 하나의 계기는 부설학교 교사의 연구논문이다. 해마다 4개의 부설학교에서 학교당 한 명의 교사가 사범대학에 논문을 제출하고 사범대학에서 우수논문을 수상하였는데 이것은 연구하는 교사를 격려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한 학교 현장에서 그나마 작은 보상이 되었다. 이와 별개로 부설학교 선생님들의 논문을 모아 매년 부설학교 교육연구논문집을 간행하였다. 연구 역량이 훌륭한 선생님들이 항상 있었으므로 해마다 학교당 두 세 편의 논문이 나왔다. 2010년대 초반까지 연구논문집 발간이 지속되었지만 학교 현장의 업무는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별다른 나눔과 공유도 없이 몇몇 개인의 학술 연구 논문을 엮어내는 형식적인 논문집 은 그 의미를 점점 잃게 되었다.
2014년 부설학교가 국립서울대학교 법인에 귀속되면서 사범대학과 부설학교의 관계는 대단히 달라졌다. 두 기관이 함께 하며 상생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모색하려는 노력이 있었고 그것은 ‘연구’라는 형태로 시작 되었다. 우선 그동안 이루어졌던 교육실습을 촘촘히 들여다보고 정리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부설학교에서 실습 진행 과정에 따라 교육실습생들의 교직관 및 교육관, 수업에 대한 관점, 진로관 등의 인식이 어느 정도 변화하는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하였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중심의 기획연구로 [부설학교의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귀속 추진 과정] 에서는 부설학교가 법인학교가 되기까지의 일정, 법률 개정 과정을 상세히 다루어 정리하였다. [꿈과 끼를 살리는 자율형 학교로의 전환연구] 에서는 사대 교육학과 교수와 부설학교 교사의 공동연구로 장차 부설학교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외국의 학교와 국내의 자율학교의 우수사례 분석을 통해 고민하고 탐색해보았다.
2015년에는 사범대와 부설학교의 공동연구가 활성화되어 교수 연구과제 중심으로 진행되고 부설학교 교사들이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사범대에서 다음과 같은 13개의 기획과제를 부설학교 교사들과 함께 진행하였다. 수업전문성과 부설학교 진흥원 설립을 위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과학 지식의 공동 구성을 위한 SMART 학습 환경 조성 -체육수업에서 긍정심리 함양을 위한 심리기술훈련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스마트 학습과 플립드 러닝을 통합한 부설학교 교과교육 개선 -지식의 공동 구성 위한 교수-학습 모형의 설계와 실행 사업: 사회교과를 중심으로 -교사의 성찰적 자기탐구력 향상을 통한 수업 전문성 함양 -영어 및 불어 교과의 교사 주도적 수업 전문성 함양 프로그램 개발 -스마트 교육의 효과적 운영을 위한 예비교사 역량 향상 교육프로그램 개발 -과학적 모형의 사회적 구성 수업 실천을 위한 교사 전문성 발달 프로그램의 개발 및 적용 -예비교사 전문성 신장을 위한 기획 및 시범프로그램 개발 -예비 교사의 국어 수업 전문성 신장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사범대학 교과목과 부설학교 교육실습내용 간 연계성 강화를 통한 예비물리교사의 전문성 신장 -부설학교 교육연구 진흥본부 총괄 운영 -부설학교 진흥원 세부운영 방안 개발 및 한국교육 발전 포럼 운영
2015년에 홋카이도 대학에서 이루어진 사범대 국제학술교류에 사대 교수들과 부설학교 교사들이 함께 참여하기도 하였다. 한국의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척도 연구, 일본의 고등학교에서 발생하는 학급 붕괴 문제 등을 발표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을 경험하고 홋카이도 대학 부속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일본의 우수 고등학교의 운영 현황을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
초등, 중등교육을 아우르며 공교육을 선도하는 부설학교로서 발전하기 위해 가야할 방향을 설정하고 교원의 역량강화를 위한 부설학교 포럼도 2015년에는 사범대 주관으로 이루어졌다. 주로 사대 교수의 연구 발표 중심으로 진행되어 교사들의 공감이 어려웠고 참여 의무의 압박과 한 달에 한번 꼴로 잦은 횟수의 포럼은 법인교사들에게 매우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법인화되면서 봇물처럼 터진 사범대학 중심의 연구과제들과 포럼은 차츰 부설학교 중심으로 다듬어지고, 주제와 형식 등도 교사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정리되었다. 2016년까지는 그 역할을 부설학교 교감, 교무부장으로 꾸려진 실무위원회에서, 2017년 2학기부터는 연구전담교사들이 담당하였고, 현재는 2020년 출범한 부설학교진흥원이 담당하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육활동에서도 사대와의 협력이 이루어졌다. 사대와 함께하는 부설고등학교의 ‘사회탐구특강’은 연간 8차에 걸친 사범대학 사회교육과 학생들의 강의와 캠프 또는 체험활동으로 구성되어, 고등학생들에게는 심화학습과 탐구역량 향상의 시간이 되고 대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수업 유형 경험의 기회가 되고 있다. 사대 생물과와 함께하는 ‘심화 생명과학 탐구’는 생명과학 분야의 저명 강사의 강연과 사범대 학생들이 참여하는 실험 교육 활동을 진행하여 다양하고 내실 있는 과학 교육활동 운영에 일조를 하고 있다. 이 두 개의 프로그램은 인문, 자연계 교과의 대표적인 사대 연계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9년에는 불어교육과와 부설고의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되었다. 불어과 대학생들이 고1 학생들 대상으로 문화수업을 하여 예비교원으로서 교육현장을 미리 경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처럼 사대와 부설학교가 함께 학생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은 사대와 부설학교에 모두 긍정적인 교육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이를 지속가능한 형태로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처럼 법인화 이전과 이후의 사범대와 부설학교의 관계는 많이 다르다. 단면적인 관계가 아니라 입체적인 관계가 되었다고나 할까? 교육실습을 필두로 하여 연구와 교육활동까지 그 연계가 확장되었고 처음의 양적인 연계 확대에 머무르지 않고 사범대와 부설학교가 상생할 수 있는 연계 지점을 찾아가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부설학교 진흥원을 중심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법인화 이후 네 개의 부설학교가 일상적인 운영과 현안 해결에 집중하면서도 부설학교가 발전할 수 있도록 총괄 운영을 전담하기 위해 6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서울대학교에 진흥원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설득한 끝에 2020년 부설학교 진흥원이 설립되었고 현재 이 새로운 기구의 행정체계가 구축되고 있다. 진흥원에서 기획하여, 부설학교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 중심으로 부설학교 인사제도 연구도 시작되었다. 공립학교에서는 이미 수석교사제도나 학습연구년제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연구 역량과 열정이 높은 국립학교 교사들은 오히려 그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형편이다. 인사제도 연구는 부설학교 교사들의 역량을 높이고 자긍심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필요한 연구이다. 이처럼 서로 필요한 부분을 담당하여 함께 만족하고 함께 발전해 가는 길이 사범대학과 부설학교가 가야하는 길일 것이다. 부설학교는 교사진이 우수하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부설학교의 교사는 사범대와 함께 연구하는 교사로서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고, 사범대는 부설학교를 통해 현장의 역동성과 변화에 대한 감수성을 유지하며 생생한 학문 연구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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